갑자기 드는 생각...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지금까지는 아이 영어학습에 느긋한 태도로 일관했었는데 내년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들기 시작한다. 아이 영어학습에 있어서 고민이 있었다. 언제부터 해야 하는 게 좋을까? 나의 결론은 우선 우리말을 잘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까? 였다. 그래서 6살까지는 노출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전에 혼자서 알파벳을 깨우쳤고 영어에 관심도 보였지만 일 부러 노출을 시키지 않고 있다가 6살이 되고 나서부터 아빠표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영어 노출... 인풋이었다. 그리고 아이랑 놀 때 영어로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노력했다. 간단한 이야기는 영어로 이야기해주고 영어로 대답도 해주었다. 많은 노출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하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아이가 벌써 아웃풋이 나오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이긴 했지만 아이가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빠른 반응에 정말 놀라웠다. '이게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난 외국회사에서 15년 넘게 근무중이다. 덕분에 영어 활용도가 상당히 높다. 내가 영어 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자주 노출이 되고 아이는 아빠가 영어로 말하는 게 신기한지 영어로 통화 중이면 근처에 와서 장난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곤 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영어로 회의나 전화하는 모습이 더욱 자주 노출되었고 나는 이게 어쩌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영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이는 내가 영어하는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큰 고민은 바로 아이가 의식적으로 영어를 내뱉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로 전혀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가 영어로 말하면 귀를 틀어막고 듣기 싫다고 까지 했다. 내가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하면 "여기는 우리나라인데 아빠는 왜 영어로 말해? 영어 하지 마"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최악의 경우엔 아이의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때 바로 나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멈췄다.
7살이 되고 2월부터였던것 같다. 영어 영상을 노출시켜주기 시작했다. 어떤 영상이 좋을까? 유튜브를 통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영상을 찾아봤다. 그중 페파 피그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아이도 별로 좋아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아이는 페파 피그만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약 8개월 꾸준히 페파 피그를 시청 중이다. 정말 궁금했다.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하지만 절대 내용을 이해했는지 묻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묻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묻지 않는다. 그냥 영상을 찾아서 보고 또 틀어달라고 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많이 볼 때는 1시간 넘게도 보지만 보통 그 이하로 보다가 곧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뜯어말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지금은 영어 영상은 페파 피그 하나만 보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반복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반복하도록 둔다. 그게 학습에는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영어책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ORT를 알게 되었다. 후기가 상당히 좋아 결국 ORT로 결정하였다. 바라던 대로 아이의 반응은 좋았다. 글밥도 적고 페이지도 많지 않은데 기-승-전-결이 있다.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 일부러 아이에게 모든 책을 다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준다면서 잠자리에 새로운 책을 몇 권씩 가져다 보여줬다. 아이는 그 마술 자체도 정말 재미있어했지만 새로운 책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1년 조금 넘게 ORT책과 함께 하고 있다. 희한하게 아이는 아직 7살이지만 바쁘다. 그래서 영어책은 주로 잠자리에서만 읽게 된다. 그래서 노출량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하고 있다. 아~ 아이는 여전히 영어를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인풋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를 푸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는 조금 다른 계획이 있다.
아!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기를 중단했다가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다시 아이에게 영어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내가 하는 쉬운 영어 질문에는 우리말로 대답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와 함께 영어를 익혀나가면서 경험하게 될 좌충우돌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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